- 이솝우화에 여우와 두루미 얘기가 있다. 두루미가 자기가 먹던 대로 주둥이가 긴 병에 음식을 담아 여우에게 대접하자, 여우는 나중에 두루미가 먹을 수 없게 납작한 접시에 음식을 내놓아 복수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깝작도요새(phalarope)라면 여우의 잔꾀가 통하지 않는다. 먹이가 긴 부리를 따라 자동으로 올라오게 하는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깝작도요새는 물속에 사는 작은 생물을 잡아먹는다. 그렇다고 마냥 긴 부리를 물속에 넣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면에 내려앉은 깝작도요새는 빠르게 회전을 한다. 이러면 주변에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회오리바람이 불면 땅에 있던 물건들이 하늘로 솟아오른다. 마찬가지로 물에 소용돌이가 일어나면 물속에 있던 작은 생물들이 물방울에 갇힌 채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때 도요새는 부리를 물속에 넣어 먹이를 잡아먹는다.
그런데 먹이를 먹을 수 있으려면 물방울이 중력을 거슬러 부리 안쪽 위로 올라가야 한다. 그렇다고 부리 안에 진공청소기 같은 흡입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수많은 생물학자가 오랫동안 이 문제를 고민해 왔지만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답은 수학자에게서 나왔다. 미 MIT 수학과 존 부시(Bush) 교수는 표면장력이 비밀의 열쇠임을 밝혀냈다. 표면장력은 같은 부피라면 표면을 최소로 하게 하는 힘이다. 물이 담긴 잔을 옆에서 보면 표면장력 덕분에 가운데가 오목하고 가장자리가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부시 교수에 따르면 도요새가 부리를 열면 물방울이 부리 사이에 끼어 들어가며, 표면장력에 의해 앞뒤가 오목해진다. 부리를 닫으면 물방울의 앞쪽보다 좁은 안쪽이 더 많이 눌려진다. 이 때문에 안쪽 물방울은 더 안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다시 부리를 아주 작은 각도로 열면 이번에는 부리 앞쪽의 물방울이 표면장력에 의해 부피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쪽으로 더 밀려 들어간다. 이런 식으로 물방울이 점점 위쪽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부리의 길이가 2~8㎝일 때 이런 효과가 가장 좋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이언스'지 16일자에 발표됐다.
- 붉은목 깝작도요새. 수면에 소용돌이를 일으킨 다음 부리를 물 속에 박아 여닫으면서 표면장력을 이용해 먹이가 든 물방울을 입안으로 끌어올린다. /미 MIT 제공= 이영완 기자
- 깝작도요새의 부리 안으로 먹잇감이 든 물방울이 들어가는 원리. 부리를 여닫으면 물방울이 표면장력에 의해 부리 위쪽으로 이동한다. /미 MIT 제공=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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